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 표준안을 제92차 총회에서 공식 채택했다. 이에 따라 향후 ASF 백신의 개발과 사용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서 전 세계 ASF 통제 전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SF는 전 세계 양돈산업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치료제가 없고 백신 개발도 난항을 겪고 있어 방역에 어려움이 크다. 이번 표준안은 백신이 △질병의 심각성을 완화하고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하며 △면역 유도를 통해 생산 손실을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최소 기준을 명확히 했다.
또한 백신은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야생 ASF바이러스나 유해 물질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지역 유행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일치해야 백신 효과가 보장된다.
WOAH는 “비효능성 백신은 오히려 ASF 확산을 초래할 수 있으며, 기존의 바이러스와 재조합해 새로운 변종이 출현할 위험도 있다”고 경고하며, “백신은 방제의 보완 수단일 뿐, 생물 보안, 수입 통제, 동물 이동 제한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고품질 백신이 현장에 적용된다면 ASF의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 부족 심해 상승 막기 역부족
ASF와 소비자 수요 증가가 원인
백신 상용화에 기대…연말 승인 전망
필리핀 정부가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필리핀 농무부(DA)는 돼지고기 권장 소매가격(MSRP)을 철회키로 했다. MSRP는 높은 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시장 가격 상한을 제시한 것으로 지난 3월 돼지고기에 대해 적용키로 결정한 바 있다.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상승하자 물가 안정 차원에서 적용키로 한 것.
그런데 이번에 업계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이를 철회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도 MSRP를 준수하는 소매업체 비율이 20~2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우 로렐 농무부 장관은 “업계가 MSRP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ASF로 인한 돼지 생산의 심각한 부족과 강력한 소비자 수요가 합쳐져 돼지고기 가격을 낮추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한 궁여지책으로 소비자들에게 닭고기, 생선, 소고기와 같은 다른 대체 단백질 식품을 권장하거나 신선육 대신 냉동 돼지고기 구매를 권고하고 있다. 또 최근 ASF 발생이 급증함에 따라 육류 가격을 인하하기 위한 더욱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DA는 현재 ASF 백신의 상업적 출시를 위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올해 말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28년까지 국내 생산량을 ASF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한 공격적인 재증식 계획을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필리핀은 돼지고기 생산 감소와 국내 수요 증가에 따라 최근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3년 44만9천톤에서 24년 59만6천톤(32.7%↑)으로 증가했으며 또 올해는 63만톤(5.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ASF․구제역에 폐사 늘고 환경규제까지
종돈 부족․사육 포기 등으로 생산 줄어
가격 오르자 돈육 수입 다시 증가세로
올해 베트남 돼짓값이 급등했다. 공급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베트남의 돼지고기 수입이 다시 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산업 및 무역정보센터(VITIC)에 따르면 올 1분기 베트남 생돈 가격이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등했는데 3월의 경우 ㎏당 6만8천~8만3천동으로 202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9년 처음 ASF가 발생한 베트남은 19년과 2020년 2년 연속 돼지고기 생산이 급감하며 돼짓값이 치솟은 바 있다.
그런데 당시 수준으로 돼짓값이 급등하자 지난 3월 부총리가 직접 나서 올해 돼짓값 급등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농업환경부와 공상부에 실태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올 1분기 베트남의 식품·외식비가 3.78% 상승해 전체 CPI를 1.27%P 끌어올렸는데 돼지고기 가격이 12.49% 상승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5월 중순 현재 돼지 가격은 kg당 6만7천~7만6천동 수준으로 올 초보다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일년전 6만동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VITIC는 베트남 돼짓값 상승과 관련, 주로 24년 말 남부 지역에서 질병으로 번식용 모돈의 폐사가 많았으며 북부 지역 역시 ASF와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 사육을 늘리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축법 시행도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남부 지방의 많은 대규모 농장들이 제한 구역에서 이전해야 했는데 이는 생산 규모 감축으로 이어졌다. 또 종돈 부족과 질병을 우려한 사육 포기, 가격 상승에 따른 대규모 농장들의 판매 지연 등도 공급 부족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이는 라보뱅크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라보뱅크는 최근 2분기 글로벌 돼지고기 시장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이 ASF 발생과 돼지 사육 환경 규제로 돼짓값이 30%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공급 부족으로 돼짓값이 오르면서 베트남의 돼지고기 수입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월 베트남의 냉동 돈육 수입이 1만3천톤, 3천375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수입액 기준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베트남의 돼지고기 수입이 12만톤으로 전년 대비 1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