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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배성민기자] 운용사발(發) 괴담이 단기 급등종목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또 회사의 본
질가치보다 큰손인 운용사 권장가가 우선이라는 자조도 흘러나온다.
괴담의 희생양이자 진원지가 된 종목들은 코오롱과 주요 제약사들이다. 지난 한달 사이 주가가 50% 이상 오
른 대박종목 코오롱의 시련은 6일부터 시작됐다. 장막판부터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하한가로 밀렸고 7일에는
장 개시후 반등하는가 싶더니 이내 급락세로 돌아섰다.
한때 하한가까지 밀렸다 9%하락으로 힘겹게 수성했다. 매도세는 그룹내 타 계열사까지 확산돼 코오롱정보통
신, 코오롱건설 등도 이날 하한가나 두자릿수 하락률로 마감됐다.
코오롱이 이처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이유와 관련해 자금악화설과 한 운용사의 움직임에 대한 루머가 끊
임없이 떠돌고 있다. 자금악화설은 주채권은행과 회사측의 발빠른 대응으로 수그러들었지만 운용사 역할설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급등장을 이끌어냈던 운용사가 6일 오후부터 차익실현을 위해 대거 매도주문을 냈고 이들사의 움직
임을 주시하던 다른 운용사와 개인들도 '덩달아' 매도세에 편승했다는 것이 골자다. 7일에는 전날 이 대열에
동참하지 못 했던 이들이 대거 매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을 거래종목에 편입시켰던 한 운용역은
"주력선수(운용사)가 그라운드에서 퇴장한다는 소문이 전날 오후부터 있었고 주가는 급락했다"며 "코오롱측
에서도 이 같은 심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약사 주가 괴담은 지난 10월 중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들어 줄기세포 연구, AI 치료제 개발 등으로
급등하던 의약품 업종 주가는 지난 10월 12 ~ 20일 사이 큰 시련을 맞았다. 10월17일 하룻 동안 업종지수가
6.4%빠졌고 시가총액 5000억원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9조원을 넘어섰던 의약품사 시가총액도 7조9000억원대
로 내려앉았다.
당시에도 코오롱 하락의 주역으로 지목받은 운용사가 제약사 주식 일제 처분에 나섰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
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운용사의 모(母) 증권사는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해 중장기적 긍정전망을 유지한다
는 보고서를 발표해 눈총을 받았다. 당시 급락이 지난 1년 동안 크게 예상을 상회(outperform)한 업종에 대
한 차익실현 욕구라는 자기합리화성 해석도 곁들였다.
한 펀드매니저는 "급등락 종목에는 늘 운용사가 따라다니고 그들의 매매에 투자자들이 직접 위험에 노출된
다"며 "손해를 입는 이들은 그 당시에는 경쟁자지만 언제든 운용사 고객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해당 운용사도 초창기의 신예가 아닌 시장의 거인이 된 만큼 투자철학을 정비할 시점"이라며 "공
산품에 붙는 권장소비가가라는 말처럼 운용사 권장가라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
편 이 운용사측은 일각에서 거론하는 근시안적 투자와 단기차익 실현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