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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 사장 “2나노 공정 수율 획기적 개선에 주력”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반격에 나섰다.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파운드리사업부장에 오른 한진만 사장은 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공정 수율의 획기적인 개선에 주력하겠다”며 “내년에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차세대 공정인 2나노는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AI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TSMC와 삼성전자 등이 치열하게 양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첨단 공정 개발에서는 앞섰지만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정상품의 비율)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TSMC는 최근 2나노 공정에서 60% 수율을 달성해 내년 초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에서 이른 시간 내 적정 수율을 확보하고, TSMC와의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를 좁혀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박상훈

한 사장의 임직원 메시지는 TSMC가 내년 2나노 양산에 들어가 애플에 첫 제품을 납품할 것이라는 뉴스가 전해진 가운데 나왔다. 한 사장은 메시지에서 ‘2나노 공정의 빠른 생산량 확대’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현재 가장 앞선 공정은 3나노로, 2나노는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이다. 한 사장은 “타 대형 업체(TSMC 지칭)에 비해 뒤처지는 기술력을 인정해야 한다”며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격 무기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든다. GAA는 전류가 새는 것을 최소화해 전력 효율과 성능을 높이는 기술로, 고성능 반도체 제조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GAA를 적용했다. TSMC도 2나노 공정부터는 GAA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 난도가 높아 3나노 공정에서는 수율을 잡기 어려웠지만, 경쟁자보다 앞서 GAA를 도입해 경험을 충분히 쌓은 것은 강점”이라고 했다. 한 사장은 “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세대에서 또 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지난 3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 9.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의 원인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의 부진이 꼽힌다. 이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설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사장단 인사에서 기술 전문가들을 파운드리 사업부에 포진시켰다. 한 사장은 D램·플래시설계팀, SSD개발팀장을 거친 조직 내 대표적 기술 전문가이고, 공정 개발 전문가인 남석우 사장도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했다.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일본 AI 반도체 기업 PFN의 2나노 물량을 수주하는 등 주요 고객사들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TSMC 추격이 쉽지만은 않다. TSMC는 2나노 시험 생산 수율 60%를 넘어서며 양산에 먼저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주요 고객 중 하나만 삼성전자가 가져와도 시장의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2나노(nm) 공정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반도체 칩 내부 회로의 선폭을 나타내는 단위다. 반도체는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보통 10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은 메모리 공정에는 적용되지 않고, 파운드리 공정에 쓰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고성능 칩을 제조하기 위해 기업들이 앞다퉈 2나노 공정에 뛰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