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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은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매출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동시에 높은 수익성도 구가하며 비약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를 타고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결과다. 인수 이후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솔리다임 역시 2분기 순이익을 흑자로 돌린 데 이어 하반기 들어 개선폭이 더 커졌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낸드플래시 매출은 4조98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3% 증가했다. 올해 1분기 161.1%, 2분기 131.4%에 이어 3분기까지 1년 전보다 10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회사의 낸드플래시 매출은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6개 분기만인 올해 1분기 4조원을 돌파한 이후 2분기에는 5조원을 웃돌았다. 1분기 이후 영업이익 연속 흑자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실적 개선 속도를 당긴 요인은 eSSD다. 생성형 AI를 구동하려면 초고용량의 저장공간을 갖춘 서버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은 쿼드레벨셀(QLC) 기반의 60테라바이트(TB) 이상의 eSSD 제품을 데이터센터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저장공간 확대에 유리한 QLC 기술을 기반으로 60TB 이상의 고용량 제품을 업계에서 처음으로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수요가 약한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용 제품 대신 서버향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이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흐름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용량을 더 높인 122TB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높은 eSSD가 낸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기 60%이상으로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2조9883억원 규모다. 1분기 1조원대에서 4분기에는 3조원 이상으로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말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은 본격적으로 실적 기여도를 높였다. 3분기에는 매출 2조4093억원, 순이익 436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7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쌓았지만 올 2분기 78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한 뒤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입지를 구축한 D램에 비해 낸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30% 안팎의 점유율을 지켜온 것과 달리 솔리다임 인수 전까지 낸드 부문의 위상은 10% 수준에 불과했다. 호황기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는 D램과 달리 낸드는 적자를 오가며 실적 변동성이 높았다.
하지만 폭발적인 AI 수요가 본격화된 올해부터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이 경쟁 우위로 작용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발목을 잡아 온 낸드 부문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다음으로 막대한 매출을 일으키는 eSSD로 올해 회사의 역대 최고 실적 경신을 지지하는 사업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솔리다임은 실적이 개선됐지만 누적된 적자로 3분기 기준 총자본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향후 상장을 비롯한 자본조달에 나서려면 재무구조 정상화를 비롯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조직한 컨트롤타워인 앤에스커미티(N-S Committee)를 통해 솔리다임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발굴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 회장이 솔리다임 이사회 의장에 올라 솔리다임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