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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최근 이상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연금 기금 운용 및 주주권 행사 활동과 관련한 의사결정 체계에 대해 제가 조금 아는 바가 있어서
여러분들께 지식 공유를 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1. 주주권행사의 집행 기구 - 기금운용본부
연기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은 바로 기금운용본부입니다.
국민연금공단 내 속해 있고요, 구성원이 모두 금융전문가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외에도 공개서한, 중점관리 기업 선정, 주주제안 등 주주권 행사 활동의 집행 기관을 하는 곳이
바로 기금운용본부입니다.
2. 기금운용본부의 활동에 대한 취약한 견제 장치
문제는 기금운용본부가 금융전문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보니 이들의 인맥 네트워크가 대기업 쪽에 치우쳐 있고, 퇴직 후 대기업 금융회사로 취직(복귀)할 가능이 큽니다. 그 결과 이들은 친대기업적 성향을 보입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역대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해서, 대기업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훨씬 적게 던지는 패턴을 보여주는 경험 연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에서처럼, 우스꽝스러운 합병조건으로 합병안이 통과될 시 연기금에 몇 천억대의
손해가 발생한 것이 불보듯이 뻔한데도 합병안에 찬성한 전례가 있지요.
2015년 당시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을 자체적으로 행사하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만한 사항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의결권행사자문위원회에 자문을 구해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을 다루면서 기금운용본부는 이 건이 논란이 될 만한 건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의결권행사자문위원회에 자문할 시 합병 반대 의견이 나올 것을 알고는,
자문 과정을 스킵하고 그냥 자체적으로 -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기금운용본부 내부의 투자위원회 자체의 논의만을 거쳐서 -
합병안에 대해 찬성 결정을 했습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이 의사결정과정에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개입, 최순실에 대한 뇌물 제공 등이 연루되었음이 밝혀져서
기금운용본부장,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대통령 모두가 실형을 선고 받았죠.
3. 기금운용본부 활동에 대한 새로운 감시기구 -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이후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감시,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수탁자책임위원회(이하 수책위)가 설치됩니다.
수책위는 경총, 대한상의 등 사용자단체 추천위원 3인, 노동조합 추천위원 3인, 그리고 지역가입자단체 추천위원 3인으로 이루어집니다.
수책위는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활동 방향을 결정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습니다.
주주제안, 기업서신 발송 등과 같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내용과 대상을 정하는 역할을 맡죠.
하지만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기금운용본부가 기본적인 의사결정 내용을 정합니다.
국민연금이 국내에 투자한 회사만 1천개가 넘다보니,
현실적으로 수책위 위원 9명 - 이 중 상근위원은 3명 - 이 모든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할 수는 없다고 본 거지요.
대신1) 수책위 위원 중 1/3 이상이 원하거나, 2) 기금운용본부에서 수책위에 자문을 구할 때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결권 행사 또한 수책위에서 사실상 결정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그대로 의결권 행사를 담당하되 정치사회적 고려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수책위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4. 쟁점
국민연금의 어이없는 주주권 행사 방식에 대해 비판하기 위해서는
비판의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의결권 행사 주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의결권을 행사내용을 결정한 주체가 기금운용본부인지 혹은 수책위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참고로 기금운용본부, 수책위는 내부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외 공개 자료만 활용해서는
이 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만약 그 주체가 기금운용본부라면 기관투자자로서의 신의성실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비판, 나아가 향후 제재나 법적 처벌을 요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할 지 모르겠습니다.
반면, 그 결정 주체가 수책위라면 좀 상황이 복잡해 집니다.
수책위에서의 쟁점 논란은 보통 사용자 위원 3인 vs. 노동조합 대표 3인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스윙보터인 지역가입자 대표 3인이 어떻게 투표하냐에 따라 다수표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책위에서 이 안건을 결정한 것이라면 그 결과가 어쨌든.. 나름 민주적인 논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묻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