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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단에 요약있습니다.
1. 담배,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 대차,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과거에도, 지금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에 대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담배에 대한 유혹이 큰 시기가 2번 있었는데 바로 ‘노가다 알바’를 했을 때와 ‘군대’에서이다.
수능을 망치고 좌절하고 있던 2008년 1월, 폐인처럼 방에 처박혀 있던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나의 아버지는 건설회사에 다니시는 작은아버지 현장 하청업체로 나를 ‘발송’했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작은 아버지 짐 좀 옮겨 드리고 오라’는 말도 안되는 꼬임에 속아 한 달 동안 생면부지 아저씨들과 합숙생활을 했다. 당시 노가다 일을 하는 아저씨들은 작업 중간에 ‘담배 타임’이라는 걸 가졌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따로 쉬는 게 불편해 그냥 일을 했었다. 담배를 피우면 ‘담배 타임’에 나도 같이 쉴 수 있을 것 같아 ‘담배 피워볼까?’라는 고민을 꽤나 진지하게 했던 생각이 난다.
두 번째 유혹은 ‘금연 포상 휴가’였다. 개인적으로 이 포상 휴가는 굉장히 잘못된 제도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처럼 애초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자격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에게 상을 줘야지 나쁜 짓을 했다가 ‘이제 그런 짓 안할게요.’라고 반성하는 사람에게 상을 준다니...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제도이다. 문제는 나처럼 애초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도 군대에 들어가서 저 ‘금연 포상 휴가’라는 걸 받기 위해 일부러 담배를 태운다는 점이다. ‘2박 3일’이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포상휴가의 가치 앞에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라는 담배갑의 경고 문구는 말 그대로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지수가 무너지고 셀트리온 그룹의 주가가 박살나고 있는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시덥지도 않은 ‘담배’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엔 근래 게시판에서 화두가 된 ‘대차’ 즉 ‘주식대여서비스’가 ‘담배’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2. 담배 : 합법적인 마약 / 대차 : 합법적인 제도
담배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정한 발암물질이며 마약이다.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마와 함께 사실상 국가가 허락한 유일유이한 마약이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모두 흡연이 몸에 해롭고 중독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담배를 태우는 그 순간의 쾌락 때문에 끊지 못할 뿐이다. 나는 주식대여서비스, ‘대차’도 담배와 같다고 생각한다. 유해함을 알면서도 잠깐의 쾌락을 위해 흡연하듯, 공매도에 이용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떤 이들은 약간의 ‘이자’라는 달콤함에 중독되어 대차서비스를 이용하곤 한다. ‘니코틴’과 ‘이자’라는 잠깐의 부수적인 쾌락이 ‘평생의 건강’과 ‘주가’라는 본질을 망가뜨리고 있는 지극히 비이성적인 행동이 담배와 대차의 본질이다. 물론 평생 흡연을 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 특이체질이거나 평단가가 굉장히 낮으면서 물량이 많은 초기 대주주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과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런 ‘특이체질’에 해당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3. 흡연의 유해함과 중독성 / 대차의 유해함과 중독성
앞서 말한 ‘특이체질’이 아니라면 흡연과 대차는 우리의 건강과 주가에 치명적인 독과 같다. 물론, 단 한 번의 흡연으로 사람이 암에 걸리진 않는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기관지와 폐에 발암물질이 쌓이고, 임계점을 넘어가면 질병으로 발현된다.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된 우리나라에서 ㈜셀트리온에 쌓여있는 400만주 이상의 공매도 중 상당량은 개인들의 대차물량에서 비롯된 것이다.(현제 셀트리온의 대차잔고는 1,000만주이다.) 이 중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주식수를 갖고 있는 ‘특이체질’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소액주주’도 있다. 소액주주들이 공매도에 이용되는 대차의 유해함을 모르고 주식을 빌려줬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그들도 이자를 받고 빌려준 주식이 공매도에 이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내가 버린 약간의 쓰레기로 거대한 한강이 오염되지 않듯, ㈜셀트리온이라는 큰 회사가 고작 내가 가진 얼마 안되는 주식수로 무너지지 않을거야” 라고 ‘합리화’했고 지금도 하고 있을 뿐이다. 어릴적 수 없이 들어온 “ ‘나 하나 쯤이야’라는 생각이 세상을 해롭게 합니다. ”라는 너무도 진부한 표현이 떠오르는건 나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자를 받고 주식을 대차해주고 있는 많은 소액주주들이 아래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4. 간접흡연이 더욱 위험하다. / 대차는 주변 주주를 위험하게 만든다.
지금은 전자담배가 보편화 됐지만 궐연담배에는 ‘필터’라는게 있다. 흡연자가 담배연기를 빨아드릴 때 이 필터가 유해물질을 일부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흡연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겐 이 ‘필터’가 없다. 때문에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을 하는 사람보다 흡연자 옆에서 간접흡연을 하는 사람의 건강이 더 안좋다고 한다.
우리와 같은 대다수의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현상황이 바로 ‘간접흡연’이다.
다수의 소액주주들은 대차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다.
10,000,000/137,947,128 x 100 = 0.072
(대차물량) / (전체주식수)
전체 셀트리온 주식수 중 대차에 이용되고 있는 주식은 약 7%이다.
전체 셀트리온 주식수 중 순수 개인지분은 많이 잡아야 40%이다.
굉장히 러프한 추론이지만 위의 수치를 이용해서 계산한 ‘순수 개인 대차물량’은 7% x 0.4 = 2.8%, 4,000,000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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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에 이용되고 있는 7%의 주식 때문에 93%의 주식이 고통받고 있으며 순수 개인으로 한정할 경우 4,000,000주 때문에 약 51,000,000주의 주식이 고통받고 있다.
한마디로 7%의 흡연자 때문에 흡연하지 않는 93%의 흡연자의 건강 역시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제도’인 ‘대차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너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니까. 대차하지마!’와 같은 도덕적인 잣대만 들이밀 순 없다. 자본은 수익을 추구하는게 본질이며 자본의 시간을 보상하는 개념으로 생겨난 ‘이자’의 원리를 주식시장에서만 부정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때문에 우리는 그냥 ‘대차하지 마세요.’, ‘주변 주주들 피해주니까 대차하지 마세요’와 같은 피상적인 구호가 아닌 ‘왜 대차가 이자를 받는 당신한테까지 큰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
5. 3차 흡연의 공포 / 공매도가 만연한 주식은 희망이 없다.
흡연자가 살고 있는 집이나 흡연이 만연한 공간에 가면 흔히들 ‘담배 찌든 내’라고 하는 어딘가에 베어있는 담배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런 담배물질에 의해 ‘흡연하는 것’과 같은 영향을 받는 것을 ‘3차 흡연’이라고 하는데 놀라운 사실은 3차 흡연 역시 건강에 상당히 해롭다는 점이다. 즉, 흡연은 흡연자의 건강을 해치고(1차 흡연), 그 흡연자가 내뿜는 담배연기는 주위 사람들의 건강을 해치며(2차 흡연), 담배연기가 스며든 공간은 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3차 흡연) 한마디로 흡연은 나와 내 주변사람 뿐만아니라 내가 사는 공간까지 해치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하나 해보자.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 집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까?’
나는 ‘3차 흡연 논리’야말로 ‘특이체질’들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논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평단가가 낮고 수량도 많다. 그리고 지금까지 ㈜셀트리온에 살아남은 특이체질들은 이미 ‘큰 부자’이다. 현금배당을 거의 하지 않았던 회사의 배당정책과 어마어마한 보유수량 그리고 꽤나 짭짤한 대차이자를 감안하면 특이체질들이 본인의 주식을 대차해주지 않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상당히 비이성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성적인 행동(대차)’으로 인해 ㈜셀트리온이라는 공간 자체가 3차 흡연으로 오염되고 있고 그 오염의 정도가 복구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면 그들 역시 생각을 달리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셀트리온의 주가 상황은 특이체질들이 놀랄 정도의 복구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다.
‘아니 주가가 지금 얼마나 떨어졌는데 이게 놀랄 수준이 아니라고?’
㈜셀트리온의 신용잔고율은 22/01/27 기준 1.22%이다.
㈜셀트리온의 주가 암흑기였던 2019년 하반기 신용잔고율은 대부분 1.0%미만이였다.
6. 환기가 된다면? / 현금배당의 나비효과
그럼 이즈음에서 우리가 ‘특이체질’이라고 가정하고 생각을 해보자.
내가 만약 ㈜셀트리온 주식 20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평단가는 35,000원이다. 회사는 매년 2%의 주식배당을 준다. 나는 회사의 성장에 대한 장기적인 믿음이 있기에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증권사 직원이 전화를 걸어 “고객님 보유하고 계신 주식을 대여해주시면 매월 연 4%이자를 드립니다.”라고 권유한다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주식대여서비스에 동의할 것이다.
이는 마치 환기가 거의 되지 않는 집에 사는 흡연자의 마음과 같다.
‘어차피 환기도 안되는 집 그냥 마음껏 담배나 피우자’라는 흡연자 논리와 ‘어차피 현금흐름이 안나오는 자산. 대여서비스로 이자라도 받자’라는 특이체질의 논리는 같다는 뜻이다.
그런데 집이 리모델링을 통해 환기가 잘 된다면 어떨까?
아마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길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에 흡연자도 집 안에서 흡연하는 걸 자제할 것이다.
㈜셀트리온에서 올해부터 시작한 현금배당정책(굉장히 작지만)은 ‘환기가 되지 않는 집’을 ‘환기가 되는 집’으로 바꾸는 첫걸음이다. 현금배당은 특이체질들이 대차를 결정하는 논리구조 중 ‘현금흐름이 없는 자산’이라는 논리를 무너뜨린다.
작고 미세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에 바람이 불고 있다.
7. ㈜셀트리온은 요한 크루이프가 아니다.
요한 크루이프는 1970~80년대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축구선수이다. 그가 정말 대단한 축구선수로 평가받는 것은 요한 크루이프 스스로 일찍이 본인이 천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축구장에서 그 천재성을 마음껏 뽐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그가 하프타임 때마다 라커룸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점이다.(술도 마셨다.) 엄청난 폐활량을 요구하는 축구선수가 경기 중간에 담배라니... 그래서인지 크루이프를 지도한 감독들마다 “크루이프 담배만 끊으면... 아니 하프타임 때만이라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면 넌 펠레를 능가할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크루이프는 담배를 끊지 않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명의 반열에 올랐다.
우리가 투자하고 있는 ㈜셀트리온이 요한 크루이프라면 대차를 통해 발생하는 공매도에 대한 걱정은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어둬도 괜찮다. 그런 패널티 좀 있어도 어차피 최고의 반열에 올를테니까. 하지만 아니라면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셀트리온은 요한 크루이프가 아니며 상장되어 있는 시장도 선진시장이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 주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8. 세옹지마(塞翁之馬)와 전화위복(轉禍爲福) 속 호기(好機)
늦어도 올 상반기 이내에는 ㈜셀트리온 그룹 관련 회계 이슈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검찰 고발’만 아니라면 우리에게 크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셀트리온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던 ‘분식회계’문제가 어찌됐든 일단락 되는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똑같은 음식재료를 가지고 누구는 최고급 요리, 누구는 불량식품을 만든다. 나는 이번 셀트리온 회계이슈야 말로 적어도 주가에 있어서는 최고급 요리로 만들 수도, 불량식품에 머물 수도 있는 ‘세옹지마(塞翁之馬)와 전화위복(轉禍爲福) 속 호기(好機)’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주가가 고점 대비 61%나 폭락했고 그 어떤 호재에도 반응 안하고 공매도는 여전히 쌓여만 있는데... 이런 상황이 좋은 기회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많을거다.
맞다. 주가는 고점 대비 61% 폭락했고, 간간히 나오는 매출공시에도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충분히 수익권인 공매도들도 환매는커녕 여전히 계속 공매도 물량을 쌓고 있다. 그리고 그 공매도들의 젖줄인 대차물량도 줄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차 감소’ x ‘폭발적 주가 상승의 트리거’ 가 발생한다면?
상황은 급반전 될 것이다.
‘대차감소’는 우리가 지금부터 노력해야 할 일이고 ‘폭발적 주가 상승의 트리거’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본다.
지금부터는 우리도 ‘10년간 ㈜셀트리온 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회계문제’ 그 이후의 ㈜셀트리온의 모습을 생각해야할 때이다. 부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때가 오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조금 늦었지만 ㈜셀트리온 주주 여러분 임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요악■
1. 담배와 대차는 잠깐의 쾌락(이자)를 얻지만 장기적으로 건강(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잃는 점에서 비슷하다.
2. 흡연처럼 대차도 평범한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3. 소액주주는 대차를 통해 얻는 이자 때문에 대차 -> 이자 ->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 대차유지 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4. 특이체질(평단낮은 거대주주)들은 현금흐름을 발생시키기 위해 대차제도를 이용한다. 어차피 그들은 주식을 팔 생각이 없기에 단기, 중기의 가격보단 현금흐름이 더 중요하다.
5. 오랫동안 담배를 핀 집에 들어가기 싫은 것처럼 대차-공매도가 만연한 주식에 새로운 수급은 들어오기 힘들다.(일종의 낙인효과)
6. 회사는 현금배당을 조금이나마 실시하기 시작했다. -> ㈜셀트리온 주식 :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 -> 특이체질들의 인식도 변할 수 있음.
7. ㈜셀트리온 ≠ 테슬라 (엄청난 공매도 x 파산 찌라시 x 여러 루머들을 뚫고 미친 듯이 성장해 버린 성장주)
8. ‘회계이슈’ 그 다음을 생각하자. 줄탁동시(啐啄同時)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