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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후폭풍, 이번주 더 클수도"…금융지주 회장 포함 점검회의업권별 간담회도 지속…유동성 관리·외화조달·해외 소통 등 주문"경제·정치 이슈 분리 필요"…50조 규모 시장안정프로그램 대기(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2024.12.7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임수정 채새롬 기자 =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다. 금융당국은 증권, 은행, 보험, 저축은행, 부동산 등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도 이어간다. 부문별 리스크 관리와 비상 위기 대응 체계 등을 점검하며 시장 안정을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9일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재로 신한·KB·하나·우리·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이 모두 참석하는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연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주 비상 계엄 충격에 비해 원화 가치나 주가 하락 폭이 작았던 측면이 있다"며 "경제 상황이 가뜩이나 안 좋은데 정치적 충격이 겹치면서 이번 주에 탄핵 정국으로 인한 영향이 과다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서 경계심이 높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됐으나, 시장은 오히려 이를 불확실성 증폭 요인으로 보고 악재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 야권은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위원장은 8일 간부회의를 소집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필요한 시장안정대책을 신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비공개 경제관계장관회의와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일명 F4 회의)를 잇따라 개최했다. 특히 F4 회의에서는 해외언론 및 주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식을 점검하는 동시에 9일부터 국내외 투자자와 금융당국의 다양한 소통 계기를 마련해 정부의 시장안정 의지를 적극 공유하기로 했다. 정부는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는 금융지주·은행 외화유동성 상황 등을 점검하고,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는 등 국내외 충격파에 대비한 방어막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불확실성 고조 시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게 되는 중소기업과 서민·취약계층에 자금 공급 및 금융 지원에 힘써달라는 메시지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혼란이 확대되고 '밸류업' 정책의 지속성을 두고 우려가 제기되면서 금융주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에 대해 금융지주들이 파악한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 사항도 살펴볼 예정이다. 당국은 금융지주들에도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의 밸류업 의지 등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외국인 지분율이 매우 높다"며 "금융지주 쪽에서 받은 해외 투자자들의 문의도 들어보고 정부의 입장 등도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TV 제공] 금융감독원도 이번 주 업권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가며 현장 소통을 강화한다. 금감원은 지난 5일 증권사 CEO 간담회, 6일 보험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간담회에 이어 오는 9일 은행 여신·자금담당 부행장 간담회, 10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연달아 연다. 금감원은 이들 업권에 공통으로 유동성, 환율 등 위험 요인별로 시장 상황 급변 등에 대비한 종합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계획)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당국은 특히 증권사에는 이상거래 적출 등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철저한 내부통제를 CEO가 직접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은행에는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특히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 유동성 점검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 서민 경제 활동이 위축될 우려와 관련해 은행과 저축은행에 서민금융 역할을 다해달라고 밝힐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에는 부동산 전문가·건설업계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시장 자금 상황을 점검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재구조화 및 정리가 원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게끔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할 부분을 점검하는 차원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업권별 간담회를 한 번씩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당분간 수시로 업권별 소통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증시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는 시행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지만, 구체적인 투입 시기 등은 주초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6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증안펀드와 관련 "아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사용되지 않았다"며 추가 시장 혼란 시 다른 조치와 비상 계획들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srchae@yna.co.kr 이상훈 투자증권부장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엄중한 시국에 제대로 자충수를 뒀다. 국가적 대혼란을 야기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파동은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이다. 탄핵이든, 하야든, 임기단축 개헌이든 5년 임기를 다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딴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상황 판단력을 보인 만큼 물러나는 게 순리지만 그래도 따져봐야 할 것은 적지 않다. 이번 사태를 통해 곱씹어볼 게 몇 가지 있다는 생각이다. 첫째, 두 번의 탄핵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좌우를 떠나 국가수반으로서 국민 상당수의 존경을 받는 리더는 많지 않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나라가 그렇다. 그래도 대부분의 대통령은 임기를 무난하게 마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보수 정권에서만 두 번째 낙마자가 나오기 직전이다. 정치적 결사체로서 보수 정당의 구심력이 상대적으로 훨씬 느슨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똘똘 뭉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위해 자중지란을 일삼은 결과가 뒤늦게 시대착오적인 계엄령 파동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다. 만약 총선에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합심했다면 적어도 의회 균형이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고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주에 국정이 휘둘리는 일은 원천적으로 없었을 테다. 이제 ‘실력(능력) 있는 보수’라는 클리셰는 박물관 유물처럼 박제되는 게 맞아 보인다. 둘째, ‘우리 안의 윤석열’을 살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가장 도드라진 캐릭터는 옹고집이다. 이런 옹고집은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얘기만 취함으로써 더 심각해진다. 옹고집 성향이 강한 사람이 확증편향에 빠지면 답이 없다. 계엄령 파동에서도 충암고 선후배 중심으로 뭉쳤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뿐이다. 전공의 파업, 김건희·명태균 사태의 해결책을 구할 때도 그의 고집은 사태를 악화시키기만 했다. 문제는 인내심이 약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도 윤 대통령을 점점 닮아가고 있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용인하지 않는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는 정권 퇴진을 부르짖는 완장 찬 사람들이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탄핵에 목소리를 주저만 해도 즉시 ‘반(反) 민주주의자’로 낙인 찍는다. 중요한 결정에 응당 필요한 숙고의 과정을 생략하는 좌파식 매카시즘이 우려스럽다. 셋째, 이번 사태가 민주당이 그간 자행했던 반민주 폭거를 가릴 수는 없다.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기에 이 자체에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서 기사회생할 기회를 잡은 이 대표도 이번 사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이 대표 재판 건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아 왔다. 사드 배치 지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조사로 감사원장을, 이 대표를 수사했다는 이유로 숱한 검사를 탄핵한 게 민주당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탄핵이 남발돼 왔는데 이는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처사다. 우리 사회가 탄핵의 무게감에 둔감해진 데는 민주당의 탓이 크다. 경제가 어렵다면서 감액 예산을 밀어붙였고, 반도체 입법 같은 절체절명의 입법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것도 민주당이다. 예산 폭주에 수틀리면 탄핵 남발로 국정 마비를 조장한 이 대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윤석열도, 이재명도 싫다’는 사람이 괜히 늘어나는 게 아니다. 넷째, 권력 향배만 집착했다가는 참혹한 미래가 기다릴 것이라는 점도 꼭 지적하고 싶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표만 해도 내년 5월 대선이 관철돼야 사법 리스크를 싹 지울 수 있다. 이미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가 탄핵에 묻히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정책 대응, 끝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북러 결탁으로 더 꼬인 한반도 함수, 금융·자본 시장 혼란, 내수 침체로 파탄 일보 직전인 자영업 등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이런 사고무친 상황에서 면밀한 준비 없이 권력만 탐했다가는 누가 잡든 후일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미증유의 경제난에 최대 정치 위기까지 겹쳐 수시로 얼굴색을 바꿀 수 있는 여론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