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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외) 지금 그곳에도 비가 오나요.
꽃할매
2020/08/08 19:36 (221.160.***.48)
댓글 45개 조회 7,443 추천 301 반대 3
장맛비가 계속되었다.

아침에 잠시 해가 나기에 비가 그친듯하여 영동장으로 향했다.

전을 펴고 장사를 하는데 한 시간이나 했을까. 갑자기 앞이 안 보이도록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태풍 나비를 동반한 비의 양이 엄청나 파라솔 안으로도 비가 쏟아져 길 위에 펴놓은 화장품은 금세 물에 잠기었다.

맞은편 건물로 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는데 읍사무소 직원이 마이크를 들고 다니며

하상 주차장이 범람하여 침수할 것 같으니 차를 주차해놓은 사람들은 어서 빨리 차를 빼라고 

 방송을 하며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물에 잠긴 내 전 앞에 멈추더니 나를 쳐다보고는

ㅡ이거 아줌마 거요?

ㅡ................ 네,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더니

'아줌마만 비 안 맞으면 돼요? 오늘은 장사 못하니 어서 이 화장품 걷어요. 

 저 하늘 깜깜해지는 거 안 보여요?' 

급한 발걸음으로 호각을 크게 불며 읍사무소 직원이 사라졌다.

옆에 함께 전을 편 참외 장사 금련이가 다가와

ㅡ언니야, 언니만 비 안 맞으면 되나? 저 아저씨 뒤에 못한 말이 뭔지 아나... 주인 잘못 만나 비 맞는 저 화장품은 뭔 죄냐?

아마 그 말이었을거다.

금련이의 그 말에 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와 주저앉아 한참을 웃었다.

몇 번이나 직원 말을 흉내 내던 금련이도 함께 웃어댔다.

얼마나 웃었는지 일어나면서 주먹으로 눈물을 훔쳤는데 '언니, 우나? '

ㅡ아니, 너무 웃겨서 눈물이 다 나오네. 네 말이 맞네. 주인 잘못 만난 화장품은 뭔 죄냐.

차를 가지고 와서 화장품을 차에 옮기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금련이는 '언니야~태풍까지 불어 추워서 떨려 죽겠다. 우리 저 지하 다방에서 몸이나 말리고 가자. 내가 차 한 잔 살게.'

ㅡ그러자, 나도 너무 춥네

다방에 들어가 뜨거운 녹차를 시켰다.

주인은 슈퍼에서 파는 녹차 티백을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다.

ㅡ언니야~ 팔기는 팔았나?

ㅡ이만 원 팔았어.

ㅡ너는?

ㅡ참외 사러 할머니들이 안 온다. 나는 그래도 언니보다는 더 팔았다.

ㅡ그래 다행이네. 비 더 퍼붓기 전에 이제 집에 가자.

찻값을 내러 카운터 앞에 먼저 선 금련이를 잡고 '내가 낼게, 여기 얼마예요?'

티브이를 보고 있던 주인 여자가 오더니 '만 원요.' 한다.

ㅡ만 원요? 두 잔 마셨는데요.

ㅡ다방에 첨 와 봐요? 왜 그렇게 놀래. 한 잔에 오천 원야.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데 빗물에 젖어 만 원짜리 두 장이 붙어서 안 떨어진다.

만 원을 주고 계단을 올라오는데 두 다리가 풀려 걸음이 안 걸린다.

ㅡ언니야. 괜히 내가 다방 가자고 해서 돈 써서 어떡하냐.

ㅡ괜찮아. 괜찮은데... 아니 저것들 도둑 아녀... 차 한 잔에 오천 원이라니 그것도 티백 하나 달랑 넣고...

농협 가면 공짜로 타 먹을 수 있는 티백 하나 넣고 오천 원이라네. 세상에...

그것도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못돼먹었네. 팔짱도 풀지 않고 껌을 딱딱 씹으며 뭐라고 했더라.

다방에 첨 와봤는냐고....

ㅡ언니야. 미안하다.

ㅡ너한테 그러는 거 아녀... 칼만 안 들었지 강도 아니냐고...

'언니야. 여기 만 원 있다.' 금련이가 만 원을 꺼내 내 손에 쥐여준다.

ㅡ너한테 화난 거 아니라고.... 집에 가자.

차에 타니 금련이가 참외 봉투를 들고 뛰어온다.

파장이 되면 제철 과일을 항상 차에 넣어주었던 금련이다.

집에 가면 속도 모르고 아이들이 엄마, 참외 그만 사 오면 안 돼? 참외는 할머니들이 먹는 거잖아.

이제 너무 먹어서 참외만 보면 토 나오려고 해.

토 나온다는 소리에 웃음이 터졌는데 아까 읍사무소 직원이

아줌마만 안 젖으면 돼요? 하는 그 소리가 또 생각나 주저앉아 웃는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ㅡ 엄마, 참외에 만 원짜리가 붙어있어. 수지맞았다. 그런데 엄마 울어?

ㅡ아니, 너무 웃어서 눈물이 다 나오네.

ㅡ엄마, 빨리 목욕해 내가 뜨겁게 커피 타 줄게.

ㅡ그래... 뜨거운 커피 좀 한 잔 마시자.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 날이면 착한 금련이가 생각난다.

지난 3월부터 코로나에 오일장 폐쇄되고 한 달이 넘도록 날마다 비가 오니 이 5개월이 얼마나 길고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걱정된다.

전화기를 드니 반가운 금련이 목소리가 들린다.

ㅡ언니야~ 나는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면 그때 영동장 지하 다방에서 만 원짜리 차 마신 생각난다. 

 언니가 그렇게 화내는 거 첨 봤다. 

ㅡ그래, 지금서 얘긴데 이만 원 팔았는데 만 원짜리 두 장이 딱 붙어가지고 왜 그렇게 돈은 안 떨어지던지 그 마담이 쳐다보고 있는 게 너무 화가 난 거지. 촌에서 찻값이 왜그렇게 비싸냐구. 그래도 그때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있어서 언니가 덜 힘들었는데. 보고 싶네. 그립고...

ㅡ나도 언니 보고 싶다. 언니는 요즘 장사 잘 되나?

ㅡ이 빗속에 뭔 장사가 되겠니 언니도 안돼. 오늘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주말 쉬려고 문 닫았어.

ㅡ정말이가? 문 닫았나. 살만 한가베.

ㅡ그래 살만하다. 이 빗속에 장사하면 그게 사람이가 짐승이지. 어흠...

ㅡ뭐라꼬?

ㅡ농담이다. 농담 하하하 예쁜 금련이가 많이 보고 싶네.

 


(저 나리에서 장군된 거 보이시나요? 에헴) 

꽃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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